Wednesday, May 24, 2006

느낌이 있는 삶11. - 딱 꼬집어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





Out of 46-Year-Old Image - Life of Impression11.


느낌이 있는 삶11. ....딱 꼬집어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



슬레이트 지붕 밑에서의 겨울은 추웠다.

슬레이트를 지붕으로 얹은 사랑채는 여름에는 한층 더 더운 열기를 뿜어내는 반면, 겨울에는 몹시 춥다는 특징이 있는 주거공간이다. 유난히 무더웠던 78년의 여름을 죽어가는 몸으로 힘들게 버텨내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되자 이번에는 너무 추운 겨울을 맞이해야만 했다.

78년11월~79년2월 사이의 온도가 다른 해에 비해서 추웠다는 말이 아니다. 슬레이트로 사랑채의 지붕을 얹은 덕에 여름철에는 78년 여름의 불볕더위에 달구어진 덕분으로 찜통 여름을 보내야 했고, 겨울에는 외풍이 센 방안에서 추운 겨울을 맞이해야만 했다.

더구나 나 혼자서 누워만 있었던 공간이었다.




78년 여름부터는 주로 큰형수가 하루 3번의 식사와 사랑채의 연탄아궁이를 관리했었는데, 78년 가을부터는 두 번째 조카를 임신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시골의 겨울철답게 이른 시간에 저녁식사와 저녁설거지까지 끝내고 연탄까지 갈아 놓는 시간이 대략 8시 전후의 시간대였다. 저녁 8시 전후에 갈아 논 연탄은 그 다음날 아침9시정도에 다시 갈아 놓게 된다.

슬레이트 지붕특유의 찬바람이 도는 방안공기, 혼자서 누워있어서 더 추운 공간, 저녁 7-8시에서 갈면 다음날 9시에 갈아 넣는 연탄아궁이....그때 몸으로 느끼는 추위는 “...정말 추웠다.”







또 그 시절에는 냄새에도 유난히 민감한 시기였다.

훈풍이 들기 시작하는 4월부터는 딱 꼬집어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 공기에 실려와 묘하게 붕 뜨는 듯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기 5월에는 라일락, 6월에는 찔레꽃,... 이 모든 냄새들이 내 몸과 마음을 들뜨게 했었다.

외형상으로는 기어 다니지도 못하고 누운 체로 죽어만 가던 몸이 들떠봤자 그게 그거지만, 그래도 아직은 코로 숨쉬면서 ‘살아 있는 특권’이 있는지라 4.5월의 훈풍 속에 실려 있는 묘한 공기 덕분에 마음속으로부터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

46살을 살아오면서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삶이 아름답다”는 말을 받아들인 적이 몇 번 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첫 번째로 그 말을 실감한 것은 죽어만 가던 그 시절에 코끝에 스물 스물 스며들던 봄내음에서였다.



혼자만 누워만 있었던 방안에 아주 드물게 누군가가 왔다 간 날은 하루 종일 사람냄새에 시달렸다. 다른 사람들과 접촉한 날은 ‘질고도 짙은 인간의 냄새’가 하루 종일 방안에 남아 있곤 했었다.

내 가족들조차도 거의 방안에는 들어오지 않고, 방문만 연 상태에서 3끼 식사와 간식거리를 넣어 주었던 시절이어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이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다.

“...사람의 냄새가 지독하다”는 말도 그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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